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18: 좋은 삶(Eu Zen)

 

 

 

옛날 그리스 아테네 사람들은 ‘좋은 삶(eu zen)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종종 생각했다. 바닷가의 조그만 마을이었다가 불과 몇백 년 사이에 지중해 한쪽을 지배하는 해양 제국으로 발전했기에 아테네 사람들은 이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그리스 아테네 사람들은 도시 한복판에 ‘아고라(agora)’라는 광장을 만들고 끊임없이 ‘좋은 삶’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좋은 삶’이라는 주제는 더없이 중요하다. 쉴 새 없이 발전을 이룩하는 과학 기술과 인공 지능, 점점 살아가기 각박해지는 현실, 급격한 기후 변화까지. 서울미디어 시티비엔날레 2018은 ‘나’, ‘너’, ‘우리’가 원하는 ‘좋은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했다.

 

 

 

올해로 제10회를 맞이하는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18은 이전의 비엔날레와는 다르다. 기존 1인 감독 체재로 진행해왔던 비엔날레의 틀을 깨고, 4명의 예술감독(디렉토리얼 콜렉티브)이 공동 기획했다. 이전의 비엔날레는 미술계만의 축제라는 인식이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다. 그러나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18은 무용 평론가부터 경제학자까지 미술 업계의 전문가가 아닌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콜렉티브로 모여 행사를 기획함으로써 일반인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모두의 축제이자 다중지성 공론의 장을 만들고자 했다. 16개국에서 초청된 68명의 작가는 장애여성단체부터 청년의 복지에 대해 생각하는 팀까지 비미술인 작가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기획 의도를 다시금 파악할 수 있다.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18은 질문에 대한 답을 관람객과 함께 찾아 나가고자 했다. 1층 전시장에는 관람객들이 직접 소통하고 참여할 수 있는 아고라를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배움•나눔의 장>을 타이틀로 수많은 연계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경제론 강의부터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연극까지, 주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아고라는 평소 관람객들이 앉아 편하게 쉴 수 있는 휴식처지만, 강연이나 연극 후에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의견을 공유하는 토론의 장 역할을 한다. 사람들마다 좋은 삶의 기준은 다르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18은 그 사실을 기반으로 사람들이 아고라에서 의견을 나누고 대화하며, 좋은 삶에 대해 생각하고 ‘좋은 삶’을 향한 길을 찾아가길 바랐다.

 

 

 

미디어 아트에서 미디어는 Medium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디어 아트라고 해서 미디어, 영상에만 국한되기보다는 모든 것이 주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1층부터 3층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작품을 관람함에 있어 인공지능, 출판물, 청년들의 삶 등 연관 있는 작품들끼리 엮어있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1층 전시관은 머물지 않는 것에 대한 삶, 모든 것의 순환, 인공 지능, ‘정상에 대한 범주는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장애여성단체의 공간 등 다양한 소재와 광범위한 질문을 다루고 있다.
 

 

 

2층 전시관에서는 회화, 설치, 카툰, 영상물 등 다양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2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출판업과 새로운 검색엔진, 효과적인 아카이빙을 위한 것들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좁은 통로를 따라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서로 다른 장르에서 활동 중인 6인의 작가가 모인 팀 ‘보물섬 콜렉티브’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자신들에게 있어 보물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보물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주제를 각기 다른 본인의 장르로 표현했다. 모순과 은유, 상징적인 작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며, 전체 비엔날레의 축소판이라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3층 전시 공간

 

 

 

3층 전시관은 현재 청년들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고민으로 다뤄지는 취업, 독립, 결혼, 육아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진정한 독립이란 무엇일까?’와 같은 청년들의 삶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외에도 리서치 공간, 앉아서 쉬며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 직면한 현실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 미디어 공간, 퓨쳐샵 등 유익한 공간들이 준비되어 있다. 또한, 낮잠을 위한 공간, 버려지는 천으로 만든 물품을 판매하거나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공공간, 놀이터 같은 Project Gallery 등 누군가에게는 ‘좋은 삶’의 의미를 담고 있는 다양한 전시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18은 많은 이들이 토론하고 자연스럽게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전시다. 이에 때로는 비관적으로, 때로는 희망적으로 ‘좋은 삶’에 대한 작가의 표현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는 것도 좋지만, 오락실과 움직이는 로봇, 포춘 쿠키 등 체험 섹션을 마련해 프로그램이 없을 때도 관람객들이 와서 즐길 수 있도록 해 소소한 재미를 더했다. 현대인들에게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게 하는 이 전시는 오는 11월 18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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